황포돛배는 0.4t에서 0.5t 정도의 작은 배로 조선시대에 한강을 오가며 식량, 땔감, 소금을 옮기는데 쓰이는 전통 한선이다. 특히 황포돛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돛은 배가 바람을 타고 잘 항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하며, 황톳물에 담가 물을 들이기 때문에 색이 누런 것이 특징이다. 황포돛배는 조선시대에 한강을 오가며 상류로는 단양, 제천에서부터 하류로는 마포에 이르기까지 어업이나 물자 수송 등에 쓰여 한강의 역사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상징이 되기도 했다. 현재 황포돛배는 파주, 양평, 부여 등의 지역에서 활발히 운행 중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 잡아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 문화속에서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가고 있는 조선장 김귀성 씨를 만나 황토돛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 시사연합신문

전통 한선으로 황포돛배를 원형 복원하셨는데, 제작과정에 대해 궁금합니다.

배는 건조 작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항상 좋은 목재를 선별해서 구입을 해야 합니다. 우리 전통한선을 만들 때 가장 좋은 목재는 낙엽송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낙엽송은 건조를 시키면 물을 흡수하지 않고 뱉는 성질이 있는데 이 때문에 건축자재로는 쓰지를 못해요. 반면 물에서는 잘 뜨고 썩지를 않기 때문에 배 만들기에 최고의 목재라고 할 수 있죠. 낙엽송을 오랜 기간 건조를 시켜 완전히 마른 후에 제작을 해야 물이 샐 틈이 없이 튼튼한 배가 만들어 질 수 있어요. 이 외에도 부재료로 참죽나무, 느티나무, 아카시아 나무 등 다양한 목재도 사용하고 있고요. 배를 만들면 제작기간은 3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3년 전부터 준비를 해야 차질 없이 배를 만들 수 있어요. 황포돛배는 또 굉장히 과학적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시작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해요. 황포돛배는 돛에다 황톳물을 들여 광목이 썩지 않게 방부제 역할을 하며, 돛이나 매듭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야 하고 재단, 바느질 등의 작업도 해야 하기 때문에 배를 만드는 작업이 종합예술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배를 다 만들고 난 뒤에는 마지막으로 옻칠을 하게 되는데, 옻칠 작업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접착력을 자랑해요. 그리고 또 특이한 것이 옻칠을 한 후 배가 보통 날씨가 좋은 날 잘 마를 것 이라고 생각하는데, 날씨가 뜨거운 날 오히려 더 잘 안 말라요. 흐린 날 옻칠을 하는 것이 가장 잘 마르고, 시원한 날 잘 마르거든요. 하루 동안 옻칠 작업을 한 뒤 작업이 완료되면 배를 띄우는 진수식을 하게 됩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11호 조선장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셨는데.

조선장이라 하면 전통 한선을 만드는 장인을 말해요. 저희 아버지께서 1대 무형문화재 조선장 기능보유자로 65년간 배를 만드셨어요. 지금은 저와 동생이 그 기술을 전수받아 이어서 배를 만들고 있고요. 아버지께서 평생 일궈 오신 노하우를 어렸을 때부터 동생과 제가 자연스럽게 습득을 하게 된 거죠. 처음에는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기술을 잘 따라가지 못해 호되게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많이 혼났어요. 배 만드는 작업이 그만큼 힘들고 위험한 작업이거든요. 다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항상 주의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아버지께서 약 3500척 가량의 배를 만드셨는데, 배 만드는 작업을 항상 함께했기 때문에 공동작업으로 만든 배가 약 4000척은 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년에 보통 큰 배는 5척, 작은 배는 20척 정도가 만들어져요.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전통 한선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조선업 강국이 된 데에는 예로부터 전해진 전통 한선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 전통 한선을 만드는 기법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전통 한선은 외국의 배를 만드는 기술과는 달리 그야말로 종합예술의 작업을 통해 탄생하거든요. 우리나라 전통적인 건축 방식이나 천연 염색, 매듭 등 다양한 기술들이 총 집약되어 만들어지는 것이 전통 한선입니다. 배를 만들 때는 어떻게 하면 더 멋있는 배가 나올까 하고 끊임없이 생각을 해요. 이를 위해 공정 하나 하나 세심하게 뜸을 들이면서 작업을 하고요. 개인적으로 한강에도 우리 전통 한선을 띄워 많은 관람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일본 같은 경우만 봐도 전통한선을 타기 위해 한 해에 몇 백 명의 관광객이 오기도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 전통한선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한강에 전통 한선이 다닌다면 우리의 독특한 전통방식을 알리고 나아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에서도 관광객들이 우리 전통 한선을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 ⓒ 시사연합신문

배를 제작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실 때가 있다면.

배를 만드는 일은 며칠만 해도 몸살이 날 정도로 어렵고 고되기도 하지만, 완성 후 배가 물에 뜨는 것을 보면 참 보람되고 뿌듯함을 느껴요. 일반 나무가 항해를 할 수 있는 배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힘들지만 전통 한선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만드는 거죠. 또 배가 물 위에 떴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저 배에 타고 싶다”하는 마음이 들도록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에서 각종 행사가 열리면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이 와서 배를 타요. 배를 탈 수 있는 인원은 40명 정도로 한정되어 있는데, 줄에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줄을 서거든요. 배를 만든 입장에서 그런걸 보면 상당히 뿌듯하죠. 젊은 분들은 새로운 경험을 해서 좋다는 반응이 많고, 나이 드신 분들은 예전에 나룻배를 탔던 기억이 많이 난다고 좋아 하시기도 하고요. 또 최근 젊은 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황포돛배를 타고 싶다는 의견이 많아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부여, 파주, 양평 등 전국적으로 저와 동생이 만든 배가 활발히 운행되고 있습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배를 복원한 배 전시장을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선만 해도 종류가 3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거든요. 전통 어선을 복원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안에 대중들에게 선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원형 그대로 복원을 하고 싶지만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이 있어요. 이 때문에 큰 배는 축소해서 복원을 하고, 작은 배는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식으로 추진하고 있고요. ‘노아의 방주’도 축소해 배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전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를 복원하게 되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전통이 끊기지 않도록 후계자를 양성해 전통 한선의 기술을 보존할 것이며, 우리 전통 한선에 대해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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