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강력한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된 가운데,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가 본격화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2020년 치러지는 공천권을 쥔 당 대표를 뽑는 선거인만큼 치열한 경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내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만 10여명이 넘으며, 이 중 5선의 이종걸 의원 또한 강력한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일찌감치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고,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이종걸 의원을 만나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의 뒷이야기와 함께 야권발 정계 개편 전망,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 시사연합신문

Q. 민주당이 압승한 6.13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의 결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민주당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승리의 기쁨은 잠깐이고, 무거운 책임감과 두려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 대한민국은 국회가 여전히 민주당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민주화 이후 최초로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이 단일한 정치세력으로 구성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당에게는 국정 운영, 특히 지방정부 운영에는 무한한 책임이 부여되었기 때문에 독단적인 운영을 방지하고 견제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당 차원에서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Q. 야당이 참패한 원인으로 이른바 ‘샤이 보수’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숨은 보수표인 ‘샤이 보수’가 얼마나 움직일지가 최대의 변수라는 분석들을 많이 하지만,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의 정치지형에서는 ‘샤이 보수’는 불충분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보수 쪽에 투표했던 분들은 세 그룹으로 분열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여전히 야당 지지자이면서 이번 투표에 야당 투표를 한 사람, 둘째는 야당 지지자이지만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 셋째는 여당으로 선택을 바꾼 사람인데, 이 중 두 번째, 세 번째 집단은 샤이 보수보다는 현재의 보수정치인들을 부끄러워하고 보수이념을 시대에 낙후되었다고 생각하는 ‘쉐임shame 보수’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야당의 참패는 이들 집단이 더 광범위하게 존재해서 기권 혹은 민주당 쪽으로 온 것으로 봐야 합니다.

Q.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안철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단일화가 최대의 이슈였는데, 단일화를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요?

단일화를 했다고 해도 결과는 같았을 것입니다. 단일화는 명분과 여론 지지가 중요한데, 명분과 설득력도 약하고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정치 공학적으로 추진된다는 이미지 때문에 파급력이 제한적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일부 부동층과 기권하려했던 유권자들의 지지도 이끌어내는 효과도 있지만, 그 대신에 단일화를 양보한 당의 지지자 중에서 이탈표가 더 많이 나오면서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친 것 이상 득표는 어려웠을 것이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Q.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뒤 민주당 내에서 차기 당권을 잡기 위한 바람이 거센 것 같습니다. 당내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전당대회 날짜가 8월 25일로 확정이 되고, 당지도체체로는 단일성지도체제로 하면서 당대표·최고위원을 분리 선거 한다는 방침이 잠정적으로 정해지면서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전당대회 경선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상황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현재는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원구성이 일단락되고, 경선규정이 최종 확정된 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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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차기 당대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망과 이번 당권 경쟁의 최대 변수를 꼽으신다면.

추미애 대표는 재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분명하게 공언을 했기 때문에 번복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장관직을 정리하는 경우는, 국정 운영의 안정성, 청문회의 어려움,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려고 한다는 비판 등을 고려해 본다면 여러 명은 아닐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이번 당 대표 선출에 있어 변수라기보다 크게 3가지 쟁점을 둘러싸고 비전과 방법론의 경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첫째로 당정청 관계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 파트너로서의 민주당을 어떻게 운영해갈 것인가와 민주당의 21대 총선의 승리와 더 나아가서 당이 더 강력하고 국민에게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당 개혁을 할 것인가, 또 범민주진영의 연대와 협치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이런 노선상의 문제 외에는 이른바 ‘친문’ 진영의 교통정리와 단일화 문제가 선거공학적으로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Q. 국회의장과 원내대표에 이어 당 대표까지 친문 인사가 자리하게 된다면 ‘계파갈등’ 부작용이 있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던데요?

계파 갈등의 부작용도 있지만, 다른 부작용과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정치란 수시로 야당이나 시민사회와의 갈등과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랬을 때 당 대표가 누구나에 따라서, 자동차로 치자면 범퍼, 충격흡수장치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그런 갈등과 충돌이 바로 대통령에게로 직접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당 지도부가 너무 단일하게 구성된다면, 대통령의 입법부 장악이란 비판을 살 수도 있고, 여야 갈등이 더 증폭될 수 있고, 당 내부에서 견제 장치가 약화되면서 당의 다양성이 약화되고 소외 세력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Q. 선거 이후 국회의장에 운영위원장, 상임위까지 하반기 원구성을 두고 힘겨루기가 예상되는데 대책들은 세우고 있습니까?

상임위원장 배분 등의 쟁점이 있지만, 역대 국회의 구성에 비해서 특별히 더 어려운 상황은 아닙니다. 조속한 원 구성은 의원들이 가장 원하고 있으며, 야당이 정비된 후에는 빠른 속도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는 민심을 반영하고 민심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야당은 2016년 4월의 민심을 기준이 아니라 것이 아니라 2017년 대선, 2018년 6월 13일 오늘의 민심의 엄중함을 깨닫고 원구성이나 국회활동을 하기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집권당이 책임정치를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심판받을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상임위원장의 경우, 국방위, 정보위, 운영위원장 등은 민주당이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민주평화당이 밝힌 연정론에 대해 추미애 대표가 '가능성 0%'라고 일축한 바 있는데, 협치를 위해 당내에서 연정을 택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정치에는 0%란 숫자는 없기 때문에 이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성을 전혀 안 둔다는 것은 협상과 타협을 기본으로 하는 정치의 본질과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야당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국민들께는 오만하게 비친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강력한 정책 연대, 야당 인사의 내각 발탁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두 달 사이에 연정론 불씨가 되살아날 몇 가지 계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을 둘러싼 논란, 두 번째는 개각입니다. 장관들의 사퇴와 후임자 지명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야당과의 연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상승할 수도. 특히 경제·사회 부처는 연정을 시도해볼만하다고 생각됩니다. 세 번째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들간의 연정과 협치가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지금 야권발 정계 개편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른바 보수대통합,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보십니까?

보수대통합이냐 다당제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보수대통합이 시도된다면, 현실 정치에서 한발 비켜있으면서 야권 몰락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새로운 구심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민주당이 높은 지지율에 자만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빅텐트’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보고, 이를 추진하고 싶습니다. 다만 당 대 당으로 결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 민주평화당 현역의원 들 중에서 20대 총선 당시에 민주당이 공천을 잘못했던 경우, 20대 국회에서 개혁적 입장으로 일관했던 경우 등을 기준으로 개별 입당을 추진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차기 당대표 후보로 여러 인물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의원님 또한 하마평에 오르고 계신데.

정치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회피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 정치력의 측면에서나, 민주당 지도부가 다양해지면서 더 건강해질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나 범개혁세력 연대 추진을 통한 안정적인 정국 운영과 궁극적으로는 외연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제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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