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을 거론하면서 노사 쟁점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것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업종별 차등화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됐지만 부결됐고, 지역별 차등화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저희(기재부)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폭으로 일정한 범위를 주고 지방에 결정권을 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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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최저임금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 차등 문제는 국회에 많은 법안이 제출된 것으로 안다"며 "정부도 장·단점을 검토하고 있고, 국회에서 논의의 장이 열리니 정부도 참여해서 합리적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부 경제 관료들이 갑자기 최저임금 차등적용안을 다시 불러내는 이유는 올해 들어 악화된 고용지표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2월부터 곤두박질 친 취업자 수 증가폭은 7월 5천명, 8월 3천명으로 급감했고, 9월부터는 아예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관계장관을 불러 비공개 현안회의를 열었다. 청와대 경제팀까지 참석한 이날 자리에서는 9월 고용동향 발표를 앞두고 최저임금 수정 등 노동현안에 대한 대책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국무회의 직후 서울청사에서 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기업벤처부 장관 등 경제관계 장관들과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청와대에서는 일자리·경제수석실 관계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가 관계장관 현안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지난달 28일 이후 열흘 만이다. 당시 회의에는 청와대 관계자 없이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등에 대한 정부 정책의 수정·보완에 대해 논의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5월 청와대 참모진이 '최저임금 긍정효과 90%'를 내놓는 바람에 경제정책을 생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지적하자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소득이 올라가거나, 일자리 질이 높아진 점을 강조한 것 같다"며 이같이 답했다.

김 부총리는 "내부적으로 경제팀 내에서 청와대 보좌진과 대통령 면전에서도 치열한 토론을 했다"며 "바깥으로 나타날 때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도 좋지 않지만, 치열하고 직설적이고 비판적인 토론을 많이 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8월 취업자수가 3000명에 그친 '고용 대란'이 발생한 데 대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실 때가 아닌가'하는 김 의원의 발언에 "7, 8월 비슷한 발언을 국회 답변, 장관 회의 자리에서 했다"면서 "국민들에게 금년 하반기 들어 생긴 고용 실적과 현황과 관련해 경제운용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면목이 없고 사과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8월 고용 숫자를 봤을 때 가장 가슴 아팠던 게 서비스쪽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었다며 "하반기부터는 숯검댕이를 안고 사는 것 같다"며 무거운 심정을 표현했다.

김 부총리는 고용 대란에 정책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과 관련해 "저희가 가야할 방향은 분명하지만 시장의 상황과 수용성을 봤을 때 일부 신축적으로 보고 보완하거나 필요하다면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 경제장관들과도 이런 것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와 여권 내부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지역별 차등화는 개인적 판단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다"며 "미국처럼 주 하나가 우리나라보다 큰 곳도 많기 때문에 지역 상황에 따라 최저임금을 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총리도 "차등화를 한다면 최저임금을 내릴 수는 없고 어딘가는 올려야 할 텐데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이 더 올라가지 않겠느냐"라면서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역작용이 날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해 최저임금 차등화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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