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원가 논란이 경기도에 이어 서울에서도 확산되면서 건설업계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정감사에서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분양한 아파트 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건설 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 지난달 23일 열린 서울시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희상 국회의장에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 서울시

특히 정부는 이번엔 분양원가 공개를 시사하며 부동산 거품을 걷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건설사를 위축시켜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면서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소신을 묻자 박 시장은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동영 대표는 “SH공사가 분양원가 62개 항목을 공개하다가 12개로 줄여 공개를 하나 마나 한 것으로 날려버렸다”며 “후퇴한 공공주택 정책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SH공사의 분양원가 공개 축소가 잘못된 것 같으며, 의원 말씀에 동의한다”며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계약금액 10억원 이상의 공공 건설공사 원가를 공개한 데 이어 경기도시공사가 분양에 참여한 일반아파트의 공사원가도 지난달 공개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원가 공개가 기업 비밀인 만큼 원가를 강제로 공개하는 것은 다른 업종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특히 건설사가 원가공가로 인해 공공건설공사에 참여하지 않아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업 특성상 자재 하나를 구매해도 어느 한 곳에서 정해진 가격에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소모품을 하나 사더라도 여기저기 다녀보며 싼 곳이 있고 비싼 곳이 있어 가격을 비교하게 되고, 배추가격도 폭등할 때가 있고 급락할 때가 있는데 이를 일일이 원가 공개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중에 소송문제로 복잡해질 수 있다”며 “100원짜리 물건이 50원이 될 수도 있고 200원이 될 수도 있는데 왜 100원에 짓지 않았느냐 묻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급물량이 감소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지을 때 원가를 공개하도록 하면서 공급물량이 줄어들어 집값이 급등한 바 있다.

분양원가를 공개해 가격을 낮추면 시세차익을 노린 ‘로또 청약’ 부작용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여부 논란은 국감 첫날인 지난달 10일부터 국감 마지막 날까지 지속됐다.

이밖에 부동산 편중현상과 주택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심각하게 낮은 문제 등이 지적됐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기준이 되므로 시세보다 낮을 경우 세금탈루의 가능성이 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주택 임대사업자 중 최연소가 2세, 최고령이 112세로 나타났다"며 "사업주체가 될 수 없는 두살 아기를 사업자로 등록한 행위자체가 주택시장을 교란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동영 의원은 "서울 단독·다가구주택의 평균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분석한 결과 마포, 용산, 강남, 서초 등은 45% 이하로 나타났다"며 "지난해 1월부터 매매된 서울 1000억원 이상 대형빌딩의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감을 통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 국회에서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된 법안이 철회되면 곧바로 정부가 시행규칙을 개정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앞서 원가공개 항목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막힌 상태이며, 정부는 법안을 발의했던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 등의 요구를 수용해 분양원가 공개를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 중에 있다.

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지난해부터 분양원가 공개는 시행규칙을 고치는 방식으로 하면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며 "법사위에 이어 국토위에서도 법안 철회가 의결되면 곧바로 시행규칙 개정 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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