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노조조합원 투표자 96%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1월8일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하면서 2000년도에 이어 19년만에 총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노사간의 첨예한 갈등이 예고된다.

이에 따라 고객 3110만 명을 보유한 KB국민은행은 1월 8일부터 19년 만에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 지부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1만1990명 중 96.01%인 1만1511명이 파업에 찬성했다고 지난달 12월 28일 밝혔다.

▲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 노사는 임금피크제 진입시기와 성과급 규모, 페이밴드 제도 등을 두고 대립했으며, 지난달 24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파행된 끝에 결국 파업이 결정됐다.

이에 노조측 관계자는 "사측이 임금피크제 진입시기 1년 연장이나 중식시간 1시간 사용 등 산별합의를 무시하고 있다"며 "하나를 수용해야 하나를 줄 수 있다는 식의 대립구도로 임단협을 결렬시켜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내년 1월7일 파업 전야제를 연 뒤 1월8일 하루 동안 경고성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1월7일 전까지 사측이 생각을 바꾸고 교섭에 응한다면 극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찬성률이 상당히 높은 만큼 일부 지점은 셔터를 내리는 ‘점포 폐쇄’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혀, KB국민은행 지점 문을 닫지 않더라도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가 줄기 때문에 고객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지난 12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도 조합원 5천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하는 등 파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앞서 국민은행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동쟁의 조정을 거쳤지만, 24일 2차 조정회의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다.

중노위 조정 중지와 이번 조합원 투표 가결로 국민은행은 내년 1월 8일부터 합법적인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이번 파업의 배경에는 성과급 지급과 임금인상률에 대한 노사 양측의 의견이 엇갈린 데 따른 갈등이 거론되고 있다. 노조는 유니폼 제도가 폐지됐으니 옷값으로 연간 100만 원씩을 추가로 달라는 요구를 사측에 하고 있다.

이에 평균 연봉이 9100만 원에 이르는 국민은행 노조가 무리한 파업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3519만 원이었다.

노사는 9월부터 12차례나 교섭을 해왔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가장 큰 쟁점은 성과급 지급이다. 국민은행 직원들은 지난해 통상임금 300% 수준의 이익배분(P/S) 성과급을 받았다. 하지만 사측은 이번에 은행이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했을 때만 성과급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ROE 기준을 쓰기로 한 것은 지난해 말에 노사가 이미 합의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하지만 노조 측은 “사측과 논의 중이었던 것은 맞지만 합의한 적은 없다. 최근 10년간 ROE 10%를 달성한 바 없는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이 사실상 이익을 공유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금 인상률에 대해서도 의견은 갈린다. 노조는 2.6%의 임금 인상(저임금 직군은 5.2%)을 요구한 반면 은행은 직군과 무관하게 2.6% 이내에서 인상하자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사측과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지금보다 1년 연장하는 데 합의했는데 갑자기 부지점장 이하 직원들은 진입 시기를 당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은 연차가 쌓여도 직급 승진을 못하면 임금 인상을 제한하는 페이밴드 제도를 신입 행원들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다. 노조는 이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지만 사측은 전체 직원으로 확대하길 원하고 있다. 노조 측은 행원들의 유니폼 착용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연 100만 원의 피복비를 지급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내년부터 유니폼을 완전 폐지하고 단정한 비즈니스 정장을 자율적으로 착용하도록 했다.

박홍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금융노조 산별합의를 무참히 짓밟는 사측의 무책임한 태도와 신입 행원들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차별철폐 등 KB국민은행에 내재해 있는 차별과 적폐를 몰아내는 투쟁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허인 행장은 10만 금융노동자와 공개적으로 합의한 산별협약을 위반한 대국민 사기죄와 정상적인 노조 활동을 방해한 업무방해죄, 산별 단체협약을 위반한 부당노동행위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한 중대한 범죄 행위를 저지른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B국민은행은 과거 2000년 12월에 주택은행과의 합병에 반대하며 약 일주일간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시사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