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뇌경색은 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 갑자기 막혀서 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혈관이 막히는 이유는 혈전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맥경화가 심한 혈관이나 심장에서 생긴 혈전이 뇌로 향하는 혈관으로 흘러가다가 중간에 걸리면 혈액의 흐름을 완전히 막는다. 혈액공급이 완전히 차단되면 뇌세포는 몇분도 지나지 않아 죽게 되고, 막혔던 혈관을 뚫어 혈액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 건국대병원 신경과 박정진 교수.

하지만 뇌에는 아주 많은 수의 혈관이 있고 각각의 혈관이 담당하는 부위가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혈액이 차단된 부위의 중심에 있는 뇌세포는 죽더라도 주변부에 있는 뇌세포는 근처 혈관의 도움을 받아 몇 시간 동안 죽지 않고 버티기도 한다.

이러한 뇌세포는 막힌 혈관을 뚫어 혈액공급이 원활히 재개되면 본래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기 때문에 급성 뇌경색 치료의 목표는 이런 상태의 뇌세포를 살려 최대한 뇌기능을 보전하는 것이다.

TV의 건강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면 급성뇌경색은 세 시간이 골든타임이니 그 시간 안에 치료를 받으라고 홍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골든타임의 의미를 증상이 시작되고 세 시간 이내에 병원에 오면 모든 환자가 다 회복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세 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는 치료 후 통계를 내보니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 혈관 재관류에 성공한 환자들의 평균적인 치료결과가 세 시간 이후에 치료 받은 환자들보다 더 좋았다는 것이지, 세 시간 이내면 다 결과가 좋고 이후면 다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마다 혈관의 분포와 순환이 다르기 때문에 주변 혈관의 도움으로 뇌가 견딜수 있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병원에 일찍 후송되어 30분 안에 막힌 혈관을 다시 열어 주었는데도 이미 뇌조직이 광범위하게 죽어 있고 오히려 뇌출혈의 합병증이 생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치료가 지연되어 몇 시간 만에 열어주었는데도 많은 뇌조직의 기능이 회복되고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급성뇌경색을 일으키는 혈전은 단단한 동맥경화성 협착과 달리 대개 부드러운 젤리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제거할 수 있다. 과거에는 약으로 혈전을 녹이려는 시도를 많이 하다가 합병증으로 뇌출혈이 많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좋은 기구들이 많이 개발되어 약을 쓰지 않고도 혈전 덩어리를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죽은 뇌세포가 많은 부위에 피가 다시 통하게 되면 뇌출혈이 발생해서 그냥 두었을 때보다도 훨씬 나쁜 상황으로 악화된다. 죽은 뇌세포의 양과 범위는 막힌 시각으로부터 경과한 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에 증상이 발생한 시점에서 시간이 얼마나 경과했는지에 따라 치료 목표와 결과가 달라진다.

혈관이 막힌 초기에는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제거하여 혈관을 다시 열어주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런 시기가 지난 이후에는 뇌부종이나 뇌출혈에 의해 뇌압이 증가하여 뇌손상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거나 생명이 위협을 받는 상황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시간을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의 환자상태, CT나 MR에서 보이는 뇌손상의 정도와 범위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뇌혈관질환에 따른 뇌손상은 치료를 받더라도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따라서 뇌혈관질환의 위험 인자를 미리 알고 대비하여 발병을 예방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뇌혈관질환의 위험인자는 나이, 민족, 성별, 가족력 등 조절이 불가능한 것들과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병, 흡연, 고지혈증, 비만 등 조절이 가능한 것들로 나눌 수 있다. 조절이 가능한 위험요소들을 제거하거나 조절할 경우 뇌혈관질환 발병에 의한 사망과 후유증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뇌혈관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대표적인 검사로는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뇌혈관조영술(TFCA) 등이 있다. CT는 대부분의 병원이 장비를 갖추고 있고 검사비가 저가이며 촬영시간이 수분 이내이기 때문에 응급상황에서 뇌경색과 뇌출혈을 감별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얻을 수 있는 영상이 많지 않고 해상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뇌혈관질환의 조기발견을 위한 검사로는 적당하지 않다.

전산화단층혈관촬영(CTA)은 조영제를 주입하여 세밀한 영상을 찍은 뒤, 컴퓨터에서 영상을 재구성하면 목과 머리의 혈관을 비교적 자세히 볼 수 있어 뇌동맥류나 경동맥 협착 등의 진단에 도움이 된다.

MRI는 CT보다 촬영시간이 길고 고가라는 단점이 있지만 고화질의 뇌영상을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뇌혈관질환뿐 아니라 뇌종양, 퇴행성뇌질환 등 뇌의 여러 가지 질병의 조기진단에 매우 유용한 검사법이다. CTA처럼 혈관만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MRA는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경피적 혈관조영술(TFCA 등)은 뇌혈관질환을 진단하고 혈류역학적 변화 등을 판단할 수 있는 뇌혈관질환을 위한 가장 정확한 검사법이다. 이러한 검사법들은 진단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수술계획의 수립, 수술 후 정기적인 경과 관찰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하나 이상의 검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하기도 한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박정진 교수는 "평소에 건강검진을 통해 숨어있는 뇌혈관질환을 발견해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병했을 때 빨리 알아채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병원에 도착하여 치료를 받아 후유증을 최소화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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