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영화제, 집행위원장 박광수)가 8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5일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여성주의적 시각과 성평등한 영화의 장을 모색하는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작년보다 상영관을 6개관에서 7개관으로 확대한 상황에서도 전체 182회차 중 41회차 상영이 매진되는 등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매진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람 열기를 보였다.

페미니즘 의식으로 무장한 화제의 여성영화들과 동시대 젠더 이슈에 대해 영화적 접근을 모색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관객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아 영화제 기간 동안 총 5만여 명이 방문했다.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폐막식은 지난 5일 오후 7시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정용실 아나운서와 추상미 배우의 사회로 진행됐다.

국내외 감독, 배우 등 영화인과 주요 인사들은 물론 일반 관객들도 자리하여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전세계 여성영화 네트워크의 가교 구실을 하는 국제영화제이자 축제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피치&캐치는 역대 최다 작품 응모 총 106편의 공모작이 접수되어 치열한 예심 끝에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각각 5편씩 총 10편의 본선 진출작을 선정했다.

선정작은 지난 8월30일, 영상산업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공개피칭을 선보였다. 올해는 메가박스, 옥랑문화재단, 판씨네마, 포스트 핀, 영화사 진진의 지원을 받았다.

극영화 부문의 메가박스 대상은 '민사소송' 이은희 감독, 다큐멘터리 부문의 옥랑문화상은 '쓰레기덕후 소셜클럽' 유혜민 감독이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은 '민사소송'에 대해 "여성변호사와 성폭력상담사, 장애청소년 엄마들의 끈질긴 법정투쟁과 뜨거운 연대를 보여주어 대중적인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라며 "'쓰레기덕후 소셜클럽'은 환경운동을 여성주의 관점에서 풀어나간 감독의 성찰적 시선과 유머가 돋보였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이틴즈는 국내 10대 여성감독이 연출한 단편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경쟁부문으로 올해는 역대 최대인 38편이 출품돼 예심을 거친 7편이 본선에 진출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10대 여성으로 구성된 아이틴즈 심사단이 함께 본선 진출작을 관람하고, 열띤 토론을 거쳐 대상 1편과 우수상 2편을 선정했다.

올해는 BNP파리바에서 후원했다. 심사위원들은 "여성주의적 시각을 갖추고 주체가 여성이며 대상화 없는 캐릭터 등을 기준으로 삼아 청소년의 시각으로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BNP 파리바 대상을 수상한 '너도 그렇다' 박규은 감독은 "학교 끝나고 바로 와서 교복 차림"이라며 "오늘 이 순간을 잘 기억해서 더 좋은 영화로 이곳에 왔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시아 여성 감독을 육성하는 플랫폼이자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대표 경쟁부문인 아시아단편경쟁  부문에는 특별히 5대 페미니스타 배우 김민정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여성 영화인의 힘과 결단력, 혁신적인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던 기회"임과 동시에 "스크린을 통해 강렬한 목소리를 보내고 있는 아시아 전역의 감독들에게 모두 찬사를 보낸다"는 심사평을 전했다.

아시아단편경쟁 부문에서는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 배꽃나래 감독이 관객상과 작품상을 수상하여 2관왕에 올랐다.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은 "여자가 배워서 뭐 하느냐"며 학교를 못 다니다가 뒤늦게 글을 배우기 시작한 안치연 할머니와 한글교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만장일치로 작품상에 선정됐다.

배꽃나래 감독은 "여성의 역사는 항상 있었는데, 기록되거나 기억되지 못했다. 그러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를 다짐했다. 감독상은 다이어트 캠프를 배경으로 한 10대들의 청춘과 자기 긍정 이야기 '주근깨'의 김지희 감독이 받았다.

김 감독은 "막 시작한 신입에게 주는 격려의 의미로 받겠다. 더 많이 고민하고 좋은 영화를 감독이 되겠다"고 말했다.

작년에 신설되어, 전세계 신진 여성감독들의 장편 극영화를 소개하며 국내외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장편경쟁 부문 시상도 이어졌다.

먼저 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 시안 미첼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연대하는데 일상 속 페미니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영리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우리는 매일매일'을 작품상으로 선정했다.

강유가람 감독은 "수많은 페미니스트에게 큰 빚을 진 영화이다. 출연해주신 모든 페미니스트과 응원을 보내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작년에 신설된 국제장편경쟁 부문은 여성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번째 장편 데뷔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신수원 심사위원은 "이번 출품작들은 가부장적인 공동체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성들의 일탈과 모험을 그린 이야기가 많았다. 수상작은 세 편뿐이지만 출품된 여덟 편 모두 인상깊게 보았고 그 티켓을 소중히 간직하겠다"라고 심사 소감을 전했다.

국제장편경쟁 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은 '오미가스'가 수상했다. 안토넬라 수다삿시 감독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수많은 여성 영화인들을 만나 매우 기뻤고, 이 거대한 여성 운동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감독상은 '여름 생존자'가 선정됐다. 마리아 카브라타드제 감독은 일정상 폐막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전세계 관객들에게 제 영화가 상영된다는 것은 최고의 선물이다. 제 마음이 서울까지 전해지길 바란다"는 소감을 보내왔다.

마지막으로 작품상을 수상한 '나를 데려가줘' 에나 세니야르비치 감독은 "많은 영화제를 다니고 있지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야말로 가장 페미니스트적인 축제다. 즐거운 시간이었고 큰 임파워링이 되었다. 이 영화제와 함께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5대 페미니스타로 활약한 김민정 배우는 "지난 8일은 저에게 너무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여성영화제가 여성 캐릭터의 다양성과 새로운 여성 영화인을 발굴하는 버팀목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폐막식은 김은실 이사장, 변재란 조직위원장, 박광수 집행위원장의 폐막 선언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변재란 조직위원장은 "여성의 힘과 영화가 만나 부푼 흥분이 가득했던8일이었다. 영화제를 찾아준 많은 분들의 기대와 활기, 목소리를 담아 내년 영화제를 만들겠다"라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박광수 집행위원장은 "이 건물에 영화관이 들어선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영화를 즐기는 축제의 장이었다. 모두 여성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힘이었다.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다"며 내년 영화제를 기약했다.

폐막식 행사가 끝난 후 아시아단편경쟁 수상작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과 '주근깨'가 폐막작으로 상영,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지난 8월29일(목) 개막식을 시작으로 9월 5일(목)까지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 일대에서 총 8일간 개최돼 전 세계 여성영화인과 관객 1만 7천여 명이 함께하는 화합의 장으로 성황리에 폐막했다.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혁신적인 프로그램과 새로운 모습으로 2020년, 내년에도 관객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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