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결정된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 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계획 약정서를 체결했으며, 조인식은 오전 11시 광주공장에서 금호타이어 김종호 회장과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조삼수 대표지회장 등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노사 양측 교섭위원이 합의서에 서명, 교환한 후 김 회장과 조 지회장이 인사말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경영정상화 계획에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에 6500억 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투자하고 3년동안 고용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 금호타이어 노조가 지난 1일 광주공장 운동장에서 매각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 금호타이어 노조

노사 합의안은 더블스타 자본유치, 상여금 반납 및 경영 정상화에 따른 환원·보상안, 생산성 개선, 의무 휴일 시행, 복리후생 제도 변경, 2019년까지 임금 동결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한, 상여금 일부 반납, 2016년 기본급 1% 인상 및 2019년까지 임금 동결, 광주·곡성공장 생산성 4.5% 향상, 복리후생 항목 일부 중단 등 자구안을 포함한다. 회사는 곧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MOU)을 맺을 예정이다. 이후 채권단이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투자유치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채권단의 채무 상환 유예와 금리 인하, 금호산업과의 상표권 협상, 산업통상자원부의 방위산업 부문 매각 승인 등을 상반기 내 마치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1대 주주로 바뀌게 된다.

김 회장은 "앞으로 노사가 경영 정상화 방안과 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하고 노력해서 경쟁력 있는 회사, 안정적인 일터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타이어뱅크, 왜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섰나?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 스타에 매각된 가운데, 연 매출 3000억 원대의 타이어뱅크가 최근 매출 3조원에 가까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배경에 대해 이목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배가 배꼽보다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중국 더블스타측 또한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물러나지 않을 뜻을 밝힌 바 있다.

타이어뱅크는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정한 해외 매각 동의 시한인 지난달 30일을 앞두고 매각 의사를 밝혔으며, 산은은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고수하고 있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관심이 집중됐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타이어뱅크의 제안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사측은 “자존심이 상한다”고 반발할 정도로 반응이 엇갈린 바 있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지난달 27일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통째로 매각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국내 기업으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6천 억 원이 넘는 인수 대금은 “타이어뱅크를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채권단에 (타이어뱅크를) 담보로 제공하면 채권단 차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타이어뱅크 말고도 금호타이어를 함께 인수하려는 글로벌 기업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기업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한국 공장을 맡아준다면,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제안을 두 업체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타이어뱅크는 대전에 본사를 둔 중견 타이어 유통기업이며, 타이어 제조를 한 적은 없지만 금호타이어 노조가 요구해온 ‘기술 유출 방지’를 막을 수 있는 국내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업 규모로 볼 때 비상장회사인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여론이 거세다.

타이어뱅크의 연 매출은 2016년 기준으로 3729억 원, 영업이익은 664억 원 수준이다. 연 매출이 최근 몇 년간 2조원대 후반에서 3조원을 넘나드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엔 턱없이 작은 규모다.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잠정 영업손실만 해도 1569억 원에 이른다.

▲ ⓒ 금호타이어 노조

금호타이어 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타이어뱅크의 인수 의사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바이고 인수 능력의 검증 과정을 거친 뒤 노조도 협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산업은행이 시한으로 정한 30일 3차 총파업을 벌이고, 해외 매각 반대 집회도 진행 한 바 있다.

반면 금호타이어 김종호 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신발보다 싼 타이어를 표방하는 국내 유통업체까지 끼어들어 우리 임직원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며 “법정관리를 거친 이후 금호타이어를 헐값에 매수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중국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은 금호타이어 직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금호타이어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금호타이어의 주가가 경영 정상화 기대감에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금호타이어 주가는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전날 기록한 52주 신저가 대비 주가가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29.79%)까지 오른 599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이날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로 출발한 뒤, 장중 흔들림 없이 장을 마감했다. 이에 지난 1일 노조의 더블스타 해외 매각 찬성 소식이 들리면서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법정관리 위기를 맞았던 최근 금호타이어의 주가는 극심한 변동폭을 보인 바 있다. 자율협약 기간 끝무렵인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는 3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하며 이 기간에만 28%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협약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30일에는 장 초반 52주 신저가(3345원)을 기록한 뒤 노조 찬반 투표 소식에 상한가로 치솟는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저작권자 © 시사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