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분야에서 핵연료를 연구하는 과학자로 40여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로써 인생의 제2막을 힘차게 알린 인물이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카이스트 명예교수 정경훈 교수는 1959년부터 2002년까지 과학 분야에서 활약했으며 원자력 핵연료 생산과 관련된 연구에 참여하고, 원자력 연구소 초창기 멤버로 활동하는 등 핵연료와 관련된 연구에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한국미술협회 박영길 부이사장은 “인물 묘사력이나 정물화, 사실적인 자연풍경화에도 주저 없이 과감한 붓터치로 화면을 메워가며 작품을 완성하시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며,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남달리 냉철 하다”고 말했다.

또 “풍광을 그리실 때 어찌나 실감나게 표현하시는지 정신을 파는 사이 어느 한적한 자연 속으로 공간이동을 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는 느낌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학에만 연구 인생의 4/5을 보낸 정 교수가 돌연 미술세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오는 9월 12일 첫 번째 개인전 개최를 앞둔 정 교수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정경훈 화백의 개인전은 9월 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하나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 정경훈 카이스트 명예교수 ⓒ 시사연합신문

Q. 과학 분야에서 40여년이 넘게 연구를 하셨는데, 미술을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1959년부터 2002년까지 인생의 대부분을 과학과 관련된 연구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었죠. 원자력 핵연료의 생산과 관련된 연구와 핵무기 및 핵연료들을 개발하고, 제트기나 로켓 등의 추진체에 대한 연구를 주로 했고요. 핵 확산 금지조약을 만드는 등 연구 인생의 대부분을 과학과 관련된 전문분야에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문분야인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의하면 물질의 고유 에너지 준위들 간의 전위는 조사 빛의 성질 및 색상과 흡수 후의 현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보았고, 이로 인해 생상의 스펙트럼과 인간의 감성과의 관계를 미술 작업을 통해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늘 흥미를 가져왔습니다. 카이스트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정년퇴직을 한 후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미술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미술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지 10년이 되었는데, 목적한 바는 아니지만 하나둘 씩 작품이 쌓이게 되었고 저의 작품과 삶의 단편들을 친지들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Q. 과학자로써의 정경훈 교수님과 미술가로써의 정경훈 화백을 비교해 본다면 어떤 점이 다른 것 같으신지요?

A. 미술의 길은 저에게 전혀 다른 삶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과학자로써의 삶이 실험하고 분석하고 생각하는 것이었다면, 그림을 그리는 생활은 잡다한 생각을 멈추고 바라보는 여유와 휴식을 주었거든요.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과거에도 연연하지 않으며, 결과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게 함으로서 삶이 좀 더 편안해진 거죠. 과학 분야는 위험 수반이 많이 따르기도 하고, 사고도 많이 나며 업무의 특성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신변에 위협을 느끼기도 하고, 비밀유지 등 업무의 특성상 굉장히 폐쇄적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미술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어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자기 작품을 타인에게 먼저 보여주려고 하기도 하고, 과학 분야와는 다르게 폐쇄성이 없다는 점에 그림을 시작한 후로는 생각하는 여유와 휴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림을 그리는 과정 그 자체가 저에게는 행복한 삶의 일부분이 된 거죠.

▲ 정경훈 카이스트 명예교수 ⓒ 시사연합신문

Q. 어떤 작품을 주로 그리시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주의 기번에 의해 주로 자연풍경을 그렸지만 때로는 시각적인 이미지에 내재하는 내적인 의미와 정서를 상징적으로 포착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작품마다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빨리 그릴때는 2주 정도가 소요되기도 하고, 한 달이 걸리는 작품이 있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사물을 오랫동안 보고, 사실적으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쪽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무아의 경지에 빠지게 되기도 하고, 복잡한 것은 내려놓기도 하고요. 냉철하게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Q. 9월 12일 교수님의 첫 번째 개인 전시회가 열리는데, 주요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해 주신다면?

A. 9월 12일 인사동 하나로 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 전시전이 열리게 됩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저의 10여년의 미술 작품을 대표하는 ‘바람’, ‘바람아래’, ‘백두대간’, ‘밤의 산책’ 등 총 30점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입니다. ‘지금 이 순간’, ‘색즉시공’, ‘저 언덕 너머’, ‘침묵의 소리’ 등은 그와 시각적인 이미지에 내재하는 내적인 의미와 정서를 상징적으로 포착하려 노력한 작품들입니다. 그러한 것들은 단순한 자연 풍경이나 사물이 아니고, 그들 대상이 의식에 나타나는 소위 ‘현상학적 대상’으로서의 풍경이나 형상들입니다. 앞으로 가능하다면 내면적 감성을 보다 새로운 조형세계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묘사기법을 발전시키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또 사물을 바라보는 창조적인 시각을 위해 더 넓고 깊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 정경훈 교수의 개인전이 9월 12일 하나로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 시사연합신문

Q. 향후 계획에 대해 궁금합니다.

A.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예술가다운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정경훈 교수 프로필

학력 및 경력

서울대 문리대 화학과 졸업, 이학박사

현 카이스트 명예교수, 카이스트 정년퇴임(2002년)

국민훈장 목련장, 3-2문화상, 효령대상, 과학기술한림원상

홍익대 평생교육원 회화반, 종로구 인사동 지산아트 연구원.

전시참여 경력

제15회 대한민국 문화미술대전, 제4회 국제연합 아시아 세계미술 공모전, 한국-이집트 국제현대미술흐름전, 제18회 강남미술대전, 한국미술국제대전, Studio S2전(단체전) Gallery 72-1, 대한민국현대조형미술대전, 홍대 미술디자인 교육원전, 2010 홍대 미술디자인교육원전

저작권자 © 시사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