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을 가지고 있다면 치매와 같은 인지 기능 저하가 생길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인, 특히 노인의 경우 빈혈의 범주 안에 들어가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 명지병원 김홍배 교수.

이 같은 내용은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가정의학과의 김홍배 교수 연구팀과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심재용 교수 연구팀은 1997~2017년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총 16편의 관찰 역학 연구를 종합 분석하여 빈혈과 인지 기능 저하와의 관련성을 조사한 결과다.

이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빈혈이 있는 사람은 해당 질환이 없는 사람보다 인지 장애, 치매의 위험성이 각각 51%, 59% 높아졌다. 특히 빈혈은 알츠하이머병 발생과 연관이 가장 깊었는데, 2배에 가까운 91%의 증가 위험과 관련성을 나타냈다.

성별, 나이, 연구 기간과 참여자 수, 연구의 질적 수준ㆍ디자인(환자-대조군 연구ㆍ코호트 연구)별 세부 그룹 분석에서도 빈혈은 일관되게 인지기능 감소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육 수준, 심혈관 위험도, 흡연・음주 상태, 신체 활동 정도, 유전적 취약성 등을 고려하였을 때도 결과에는 변화가 없었다.

본 연구 제1 저자인 명지병원 김홍배 교수는 "그동안 빈혈에 걸리면 치매와 같은 인지 기능 저하의 위험성이 높다는 개별 관찰 연구들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개별 연구를 종합한 첫 연구로 빈혈은 경도 인지 장애뿐만 아니라 치매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빈혈과 인지 장애가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다만, 생물학적 기전에서 빈혈은 뇌로의 산소 공급을 불충분하게 함으로써 치매를 포함한 인지 저하를 가져온다는 가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빈혈은 인지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염증이나 심장 질환, 신장 질환 같은 건강 악화 상태와 연결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013년 161개 국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약 19억명, 전세계 인구의 27%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빈혈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빈혈 유병률 또한 2016년 조사에서 그 수치가 11.6%에 이르고 있다.

영양 결핍과 관련 있는 질환 중 가장 흔한 빈혈이 치매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음을 알려준 이번 연구 결과는 빈혈이 인지 저하의 원인이든, 아니면 중요한 예측 인자가 되든 간에 치매 예방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고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빈혈 중 어떤 특정 종류에 한해인지 저하가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빈혈에 얼마나 오래 노출되면 치매 발병 위험과 연관이 생기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동시에 빈혈 상태가 개선되었을 때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향후 연구의 주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올해 12월 SCI급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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