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은수@시사연합신문사

“전원일기”하면, 최장수(最長壽) ‘휴먼드라마’라고 해도 누가 선뜻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네 농촌풍경과 생활을 소재로 20여 년 동안 안방을 점령했었다.

드라마의 중심에 일용이네 가족이 있었으며, 더불어 일용이가 있다. 극중에서 보았듯 일용이는 우리 한국남성의 성격을 재 조명해준 장본人이다. 무뚝뚝 하지만 깊은 내면에는 정의가 살아 숨 쉬고 있었으며, 정감 있고 가족애가 깊은 인물이었다...(中 생략)

그러나 드라마가 끝나고 다시 20여년이 훌쩍 흘렀다. 세상은 그동안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평생 겪어보지 못한 송사에 휩싸여 가정이 풍지박살 났고, 대인 기피증으로 생활이 힘들어 운둔생활을 해 왔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들 배를 채우기 위해 인기 배우 한 가족을 침몰시켰다.

그러나 세상은 그를 다시 불러 세웠다. 모 방송의 돼지농장에서 일 하는 예전 일용이를 추적해 우리 앞에 세웠다. 그리고 옛 전원일기 멤버들과 조우하는 장면도 방영되어 그의 행보에 관심을 갖던 팬들에게 큰 이슈를 던져 주었다. 국민배우 박은수, 다시 기지개를 펴나?

일용이 박은수씨를 다시 만나 그동안 말 못했던 가슴속 응어리를 함께 풀어보자…….

■ 안녕하세요. 박은수씨를 좋아하는 독자 분들께 그리고, 팬들에게 인사말씀 주시죠.

▶ 시사연합신문사 인터뷰를 2번째 합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뭐 사연도 많았고 이야깃거리도 많았습니다. 독자 여러분,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 반갑다는 말씀 드립니다.

■ 최근 선생님이 출연했던 방송이 유튜브로 나와 대단한 크릭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 글쎄요. 오랫동안 방송에 안보이니 요샛말로 제가 잠수 탔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한 20년 가까이 됐습니다. 그래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 지금 내가 느끼는 것도 많은 분들이 저를 아직도 사랑해 해주시고 좋아해주시는구나 하고 제가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배우 박은수@자료사진=영상캡쳐

■그동안 침묵을 깨고 TV에 나오시면서 많은 팬들로부터 관심을 다시 받고 있습니다. 특히 첫 방송인 돼지 농장에서 진짜 취직하셨나 하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예, 제가 돼지 농장 취직이라는 게 좀 부담이 됐어요. TV 조선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반성하는 의미로 들어갔습니다. 나를 좀 다시 한 번 느끼는 의미로 뭔가 좀 해볼까 하던 차에 마침, 농장 사장이 잘하는 지인으로 놀면 뭐하시냐고, 돼지 농장와서 그냥 돼 지나 가꾸고 같이 지내봅시다 그래서 선택을 했죠.  그런데 여러 가지로 상당히 힘들었어요.  세상에 우리가 이렇게  쉽고 편안한 것 만이 절대가 아니구나 하는 이런 생각도 많이 들었죠..(웃음)

그리고 거기서 외국 사람들,  특히 한국 사람들보다 외국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걸 봤습니다. 급료를 받으면 자기 고향에도 보내고, 자기들도 먹고 살고 이런 모습을 보고 참 많은걸 배웠습니다.  사실 우리 아들보다 더 어리죠. 이렇게 아주 젊은 친구들인데, 짜증한번 안 내고 아주 열심히 웃으면서 일하는 거 보고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세상살이가 이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그때들었고, 자기 삶에 열정을 갖고 살아가는 젊은 친구들이 참 부러웠어요…….

■ 전원일기 이후 생겼던 사건들에 대해 그동안 누명을 쓰고 말없이 보낸 세월이 야속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제가 할수있는게 연기밖에 없어요. 사람을 참 잘 믿는데, 그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애를 먹일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을 못했죠. 지금 생각하면 내가 무능 하고 내가 바보 같고, 그러기 때문에 험한 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컸지만 미안 한 것은 가족들이죠. 아무 대책도 없이 당한 일이라…….

나의 무능이 식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어요. 참 미안하고 지금도 죄송스럽고 그래서 거기에 대해 뭐라고 할 말도 없습니다. 보상하는 차원에서라도 ‘내가 열심히 살아야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어쩔수가 없었어요. 지금 도 내가 또다시 그런 상황이 되면 그렇게 안 당한다는 법 이 없잖아요. 하여튼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처음 재판받을 때도 판사 하고 말다툼을 많이 했어요.  ‘이건 너무 심하지 않느냐’ 그랬더니, 판사라는 분 말씀이 “아무리 국민 배우지만 여기는 법정입니다” 라고 제 변론을 막았어요.

나는 너무 분(憤)하고 억울하고 이해도 안 갔어요. 그렇지만 죄는 내가 뒤집어쓰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공인인데 막 나갈수도 없고, 또한 그런게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결론은 내가 죄인이 되고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法이구나. 이걸 그렇게 쉽게, 또 우습게 알고 (물론 모르면 참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건데..) '이건 안 되는 짓이구나' 라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제가 지금도 교회를 다니는데 한번은 제 안사람 한테 목사님이 그러시더래요. 저놈은 교만해서 안 된다고...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내가 너무 교만 했어요. 연기좀 한다고 세상을 너무 쉽게 보고 교만한 게 큰 죄였어요,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되는데...

▲ 전원일기 일용이 시절 박은수@영상캡쳐자료

그 얼마 전에 이계인 씨도 보고, 우리 동료 고두심 씨한테 야단 많이 맞았어요. “왜 더 그렇게 하고 다니지”하더라고요.  나는 안 그렇게 생각했는데 남들이 그렇게 본 것 같아요. 괜히 사람을 아래로 보고, 그냥 그렇게 나만 잘난 척하고, 그렇게 나도 모르게 해왔던 것 같아요. 물론 많이 반성하고 있고 스스로 '참 잘못 했구나' 라는 느낌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전 배운 게 많습니다.

■그때 그 사건은 전혀 예상 밖의 일입니다. 대처에 아쉬웠던 점이 있으십니까

▶대처에 아쉬운 게 너무 많았죠. 누가 그랬어요. 법 쪽에 계시는 분들인데 “왜 항소를 안 하냐(?) 하면 무죄인데” 라고요.  그런데 저는 법원 근처에 가기가 그렇게 싫었어요. 차라리 내가 그냥 포기하고 가만히 있는 게 낫지, 가서 변명하고 또 법원에 나가서 어쩌고저쩌고 쳐다보기도 싫었어요. 그런데 그게 제 성격인가봐요. 누군가 그랬습니다 ‘박은수는 교통비가 없으면 걸어갈지언정 손 벌리고 나 돈 없으니까 돈 좀 줘'라고 못하는 사람이라고...  사실이에요.

그 말 맞거든요. 그런 성격인 제가 그거 사람한테 누명 쓰고 뭐 이상하게 오해받고, 법원에 가서 뭐 '기다 아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하늘이 다 알고 계시는데 때가 되면 언젠가는 그렇지 않은 걸 다 알겠지 라는, 그게 20여년이 흘렀습니다.  다시 한 번 얘기지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특히 식구들한테 참 미안하고 죄스럽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일반인들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험난한 일을 당하는 경험자로 한 말씀 해주시죠.

▶내가 잘 모르는 일은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사람이 겸손해야 됩니다. 나서지 말고 겸손해야 되고 내가 내 분야에 자신 있다고 컨설팅을 해줄 일도 아니고, 또 내가 모르는 분야를 아는척도 하지 말고, 하여튼 여러 가지로 정말 책에없는 공부를 너무 많이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절대 나서지 마세요.(웃음)

■ 최근 모 방송에서 옛날 전원일기 멤버들 근황이 소개되어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부인 역으로 연기하셨던 김혜정씨와 오랜만에 조우하는 장면이 있으셨는데, 그때 (감정이랄까?) 어떠셨습니까?

▶ 뭐라고 이야기할까요. 옛 애인을 만나다는 표현은 좀 그렇고요. 그렇지만 반가웠죠...        그리고 사실 말이 20년이지, 긴 세월을 부부처럼 연기를 했는데 그렇지만 우리 직업이라는 게 특성상 드라마 끝나고 연민이나 정, 그런 게 연결이 되면 안됩니다. 이렇습니다. 내가 애인역을 했다고 드라마 끝났는데도 애인을 지속할 수는 없잖아요. 끝나면 우리는 특성상 그걸로 끝이에요. 전원일기 20여년 했는데 지금도 만나냐(?), 안 만나거든요. 안 만나는 게 아니라 서로 바쁘니까 못 만나게 되죠. 서로 바쁘니까 그렇게 되요. 우리 드라마는 그 특성상 그렇게 쉽게 여러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특별한 관계가 아니면 이어질 수 없습니다.

▲ 전원일기 식구들@자료사진=TV조선영상캡쳐

■ 20여 년을 함께 연기했던 전원일기 식구들이 드라마에 나오면서 상당한 반응도 일으켰습니다. 전원일기 식구들하고 교류는 하시나요?

▶가끔 안부전화 정도…….                                                                                     최불암 선배님, 고두심씨 등 서로 그 정도지요. 그 양반들도 바쁘니까 만나는 게 쉬운일은 아니죠.  어쩌다가 만나서 밥 한 그릇 정도는 먹을 수가 있고 그런데,  그렇게 쉽게 여러분들이 생각한 것처럼 오래 됐다고해서 자주 만나고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 MBC 방송국 1기로 연기에 입문하셨습니다. 지금 후배들을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얼마 전에 이계인 씨도 그렇고 고두심 씨한테도 야단 아닌 야단을 맞은 게, 저는 인간적인 것보다 연기력을 중시합니다. 연기를 못하고 이러는거는 용서가 잘 안 돼요. 상당히 제가 까다롭다고 할까요…….

후배들도 겸손하고 열심이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예뻐 해주고, 제가 그래서 방송국의 프로에 소개한 친구들도 많아요. 그런데 뭐 좀 인기가 있다고 연기를 게을리 하면 저한테 혼납니다. 재미있는 것은 외국에서는 나이많은 배우들이 갈수록 연기가 농익어지고 능숙해지고 이러는데, 우리는 나이 먹을수록 점점 연기가 저하되는 사람이 있어요. “옛날에 연기 잘했는데 요즘 연기가 이상해졌어.”이런 말이 돌면 그 이면에 이유가 있습니다. 노력을 안 한다는 거죠. 끝까지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는데, 우리는 인기 좀 있으면 골프장이나 다니고 연기공부를 게을리 하잖아요. 그래서 우리 선배님들이 들으면 혹시 뭐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우리는 후배를 위해서라도 그러면 안 되고, 항상 책 들고, 우리는 여러 사람들한테 연기로 감동시키고, 그 호흡을 느끼고 그러는 입장이기 때문에 항상 노력해야 되고, 그래야 되는 게 저희들 숙제입니다.

■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사회활동에 대한 메시지 하나 주시죠.

▶지금 말씀 드렸듯이 연기자가 인기 좀 있다고 해서 괜히 그냥 거들먹거리고, 뭐 팬 싸인회나 다니고…….

얼마 전 생각이 나요. 바로 며칠 전에 이순재 선배님이 대화 중 “요즘 인기좀 있는 친구들 눈 떴다하면 건물이 몇 채 생기고 그래서 신기하다”고 이야기 했더니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옛날 우리 선배들은 그러셨거든요. 집하나 사 갖고 살면 그냥 만족이었었는데, 요즘 연기자들은 기업화가 돼서 돈도 뭐 몇 백억이 어쩌고, 뭐 몇 십억이 어쩌고... 그런 거에 연연(戀戀)하지 말고 연기를 열심히 하면, 다 자연히 따라 오는 거니까 우리 연기자들도 명심하고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TV에 이렇게 많이 나오시면서 많은 팬들이 향후 계획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 경연대회에서 최우수 연기상도 받고, TV는 작고하신 유신 선생님이 권유해 주셔서 MBC시험을 보고 1기 연기생이 되었습니다. 출신이 연기자이기 때문에 지금도 연기를 열심히 해야 되겠지만, 이제 후배들연기도 가르치고, 또 가능하면은 연출도 한번 해보고 싶고 그렇습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 배우 박은수@시사연합신문사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걸 살면서 실감하는 분들 많을 것이다.

세상 믿을 사람 하나 없다고 푸념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착한 분들을 버리지 않는다는 진리를 함께 느끼게도 한다.

물론, 다소 늦은 감은 있다. 그러나 안방에서 다시 일용이 박은수씨를 볼수 있었기에 참 다행이다. 자상하면서 강한 성격의 한국남자. 구력에서 나오는 그의 연기력이 다시 부활하기를 우리 모두 기대해본다.

인터뷰. 취재 = 이정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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