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이은주 의원실@시사연합신문
                 자료사진=이은주 의원실@시사연합신문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25일 의원직을 내려놓는다며,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이 의원은 사직에 앞서 “많은 고심 끝에 의원직을 내려놓기로 했다”며,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의원직을 그만두게 되어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당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칠 수 없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며, 미리 고민을 나누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소식을 전하게 돼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은주 의원의 사퇴 발언 전문이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입니다.

오늘 저의 의원직 사퇴를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의원직을 그만두게 되어 저와 정의당을 지지하고 성원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현재 저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의 자율적 운영과 노동자 정치활동의 자유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적인 법리 판단을 받아 보기 위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법부의 판단을 기본적으로 존중합니다. 다만 당내경선제도 도입 취지와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법 해석과 적용은 유감이며, 이 부분은 헌법재판소 심리 중입니다.

또한, 국회 정개특위에서도 비례대표 후보자의 당내경선 선거운동에 관한 법률상의 불비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심의 중에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정의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서 당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판단에 따라 의원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의원님 여러분들께서도 부디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하철 역무노동자 출신으로 21대 국회에 들어오면서 한 가지 분명한 다짐이 있었습니다. 오랜 노동조합 활동의 경험 속에서 제가 몸소 느끼고 지향했던 정치관은 바로 ‘변화의 정치’였습니다. 싸웠다는 증거가 아니라 변화의 결과로 증명하는 정치를 하고 싶었습니다. 조금 오래 걸려도 오래가는 변화를 만드는 조정과 타협의 정치를 국회라는 정치의 공간에 뿌리내리고 싶었습니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정치 바깥의 투명인간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책임지는 ‘민생정치’, 그리고 일하는 시민 모두의 노조할 권리, 죽지않고 일할 권리를 지켜내는 ‘노동정치’는 제 의정활동의 시작이자 전부였습니다.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일하는사람기본법」, 대통령 거부권으로 좌절된 「노란봉투법」, 더 촘촘하게 보완해야 하는 「중대재해법」,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장하는 「선거제도 개혁」 등 저에게 주어진 정치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여기서 멈추는 것이 못내 안타깝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오늘 이후에 이곳 국회에서‘이은주’라는 제 이름 석자는 잊혀져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국회가 꼭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의 또 다른 이름 김용균, 손배가압류의 고통 속에 목숨을 잃었던 김주익, 쌍용차 서른 셋 노동자들과 망루에, 철탑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이름없는 투명인간들, 17개월째 체불임금의 고통 속에서 또다시 설을 맞아야 하는 대유위니아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십시오.

의원님 여러분, 이은주의 노동정치가 가슴에 새겼던 아픈 이름들입니다. 이제 국회를 떠나는 저, 이은주의 마지막 부탁을 부디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시민의 정치적 대표 기관인 국회도 더 이상 혐오와 적대의 진영 대결 전장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 조정과 타협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정치의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입법자로서 이은주의 노동정치는 잠시 멈추지만, 노동약자들이 있는 현장에서, 평범한 시민들의 삶터에서 변함없이 변화의 정치를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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