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세월호 의혹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영상뉴스캡쳐
                           당시 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세월호 의혹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영상뉴스캡쳐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사고 2시간 전부터 본사와 통화하며 승객 퇴선을 논의했다는 기무사 기밀문건의 정보 출처가, 당시 세월호 선사 임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 김 모씨는 국군기무사령부(인천항 안보사무소) 소속 원사 이 모 씨에게 이같은 내용을 알렸고, 이 내용이 <침몰선박 '세월호' 관련 이면동정 보고(1처 위기관리센터 주무보고 / 2처 7과 참고보고)> 문건에 담긴 것이다.  

이 문건은 지난 15일 강득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안양 만안)이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한 바 있다. 세월호가 좌측으로 쓰러지는 사고(오전 8시 50분경)가 발생하기 이미 2시간 전(오전 7시경)부터 이준석 선장이 "사고발생 우려에 따라 정선後 조기 승객 퇴선명령"을 건의했으나, 이 건의를 선사가 묵살했다는 것이 문건의 내용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지금까지의 모든 수사는, 오전 8시50분경까지 세월호가 아무런 이상 없이 정상 운항하였고 8시 50분경 갑작스럽게 사고가 발생했다고 결론지었다. 때문에 오전 7시경부터 이준석 선장과 청해진해운 사이에 정선 및 퇴선 논의가 있었다는 기무사 문건은 그 내용이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준석 선장이 사고 2시간 전부터 본사와 통화하며 승객 퇴선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참사에 대한 책임 당사자인 청해진해운 임원이 스스로 시인했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문건 내용의 신빙성은 더 커지고 진상규명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강득구 의원은 2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세월호 침몰 경위와 관련한 2차 기자회견을 열어 기무사 소속 이 모씨가 2020년 6월 4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작성한 진술조서 일부를 공개했다. 

진술조서의 내용을 보면, 세월호 사건 당시 기무사 원사였던 이 씨는 먼저 "김○○은 검찰조사를 받고 난 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화 내용으로 평소 세월호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말을 선사에 계속 말을 했고, 그와 관련한 보고서에 자신의 이름이 있어서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이 씨가 말하는 김○○은 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을 가리킨다.  

이어서 "또한 (기무사)보고서에 있는 것처럼 세월호 선장이 사고 당일 새벽에 배가 침몰 하기 전에 무슨 이사와 연락을 했고, 무전을 통해서 배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보고했고, 그 이사가 선장에게 기다리라고 했다는 내용을 들은 바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득구 의원은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밝혔다. 세월호 침몰 사건 당시 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이 '국정원 협조자'로 활동 중이었다는 것이다. 

강 의원실은 사참위가 활동을 종료하며 일부를 공개한 바 있는 조사결과보고서들을 분석했는데, 그 중 <정보기관(국정원, 기무사 등)의 세월호 참사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결과보고서>(37_직나-12)에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강 의원은 "사참위의 국정원 문서 열람 조사(사참위가 예를 들어 '청해진해운', '세월호'와 같은 키워드를 지정하면 국정원 측이 해당 키워드가 포함된 문서를 PDF 파일로 전환해 보내주는 방식) 결과, '국정원은 청해진해운 기획관리팀장이었던 김○○을 업무 관계 외(또는 업무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동향 수집의 협조자로 관리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은 'NLL 인근 보안 관련 사항을 (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으로부터)수시로 보고받았으나, 그 외 백령도·연평도 등에 입도하는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의 동향과 연안여객터미널 행사 등 특이 동향도 보고받았다'고 내부 문건에 기재되어 있음을 사참위는 확인하였다"고 강 의원은 밝혔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 김 씨의 휴대전화에 10여명의 국정원 소속 주소록이 발견되는 등 국정원 관련성에 대한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김씨가 '국정원 협조자'란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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