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 칸(Lina Khan)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의 2017년 논문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에 따르면, 아마존은 수년간 이어진 적자에도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고정시켜 점유율을 높이는 성장 전략을 선택했다. 아마존은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납품업자와 노동자에게 비용을 전가했다.

쿠팡은 한때 6조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했다. 올해 2월 28일 발표된 쿠팡의 2023년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매출액은 31조 8,298억원으로 전년(26조 3,560억원) 대비 20.8% 성장했고, 영업수익은 6,174억원으로 전년(998억원, 첫 영업수익 흑자) 대비 5배 이상 성장했다. 쿠팡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070억원으로 첫 순이익 흑자도 기록했다.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규제 관련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온라인플랫폼과 관련하여 불공정거래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경제 내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거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낮은 가격의 유지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온라인플랫폼의 납품업자에 대한 비용전가나 불공정거래행위 등이 빈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대규모유통업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등 사이의 거래에 관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그 조사결과를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해마다 대규모유통업자의 거래관계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 이듬해 그 결과를 발표한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5년 동안 공정위가 발표한 대규모유통업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대규모유통업체이자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서 쿠팡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쿠팡과 우리 사회의 개선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공정위는 2018년부터 매년 6대 유통업태 주요 브랜드(업체)의 유통거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이듬해 연말에 대형유통업체의 유통거래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위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쿠팡의 납품업체 수는 2018년 9,105개에서 2022년 33,101개로 증가해 5년 사이 3배가 넘게 늘어나 연평균 3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의 순매출액은 2018년 4조 4,147억원에서 2022년 25조 7,685억원으로 증가해 6배 넘게 늘어났고, 연평균 성장률은 55.4%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대상 중 온라인쇼핑몰 전체 순매출액 합계의 연평균 성장률 51.9%보다 3.5%p 높고, 조사대상 전체 순매출액 합계의 연평균 성장률 8.9%보다는 무려 46.5%p 높다. 같은 기간 쿠팡의 온라인쇼핑몰 점유율은 78.0%에서 85.6%까지 확대됐고, 조사대상 대규모유통업 전체 점유율도 6.39%에서 26.55%까지 확대됐다.

특히, 쿠팡은 코로나 팬데믹이 선언된 지난 2020년 납품업체 수와 순매출액이 모두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는데, 그해 납품업체 수는 전년 대비 72.8% 증가했고, 순매출액은 전년 대비 95.0% 증가하였다. 같은 해 온라인쇼핑몰 업계의 매출액 합계도 92.9% 증가했으나, 조사대상 대규모유통업 전체 매출액 합계는 전년 대비 11.1% 증가하는데 그쳤다.

판매장려금은 직매입거래에서 판매 촉진을 위해 납품업자가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으로,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판매책임을 부담하는 직매입거래의 경우에 한하여 납품업자로부터 판매장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이 경우 연간거래 기본계약의 내용으로 판매장려금의 지급목적, 지급시기 및 횟수, 판매장려금의 비율이나 액수 등의 사항을 납품업자와 약정해야 하고, 해당 거래분야에서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넘을 수 없다.

쿠팡의 직매입거래에서 판매장려금을 부담한 납품업체 수의 비율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온라인쇼핑몰 전체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다른 온라인쇼핑몰 업체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는데, 그해 쿠팡의 판매장려금을 부담한 납품업체 수 비율이 10.7%로 나타난 반면, 그 다음으로 높게 나타난 SSG.com과 마켓컬리의 비율은 각각 1.7%와 0.3%에 불과했다. 다음 해 쿠팡의 비율은 10.4%로 소폭 감소했으나, 그 다음으로 높게 나타난 마켓컬리의 7.0%보다 여전히 한참 높은 수준이었다.

쿠팡의 거래금액 대비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판매장려금의 비율은 2019년 이후, 약 0.2%p 온라인쇼핑몰 전체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다른 온라인쇼핑몰 업체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는데, 그해 쿠팡의 거래금액 대비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판매장려금 비율이 1.8%로 나타난 반면, 그 다음으로 높게 나타난 SSG.com의 비율은 0.3%에 불과했다. 쿠팡의 해당 비율은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2.0%와 2.8%로, 그해 다음으로 높은 업체인 마켓컬리(2021년 0.7%, 2022년 0.8%)보다 약 3배 높았다.

판매수수료와 판매장려금(직매입거래의 경우) 외 납품업체들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으로 판매촉진비(이하 판촉비), 물류‧배송비 등이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판매촉진비용의 부담전가 금지’를 규정하고 있어, 대규모유통업자는 판촉행사를 실시하기 전에 납품업자와 약정하지 않고 판촉비를 부담시킬 수 없다. 또 판촉비의 분담비율은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가 판촉행사를 통한 예상이익의 비율에 따라 정한다. 이때 납품업자의 판촉비 분담비율은 50%를 넘을 수 없고, 예상이익의 비율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도 각자 반씩 부담한다. 다만, 납품업자가 자발적으로 요청하여 다른 납품업자와 차별화된 판촉행사를 실시하는 경우, 협의로 판촉비 분담비율을 정할 수 있고, 앞의 제한은 적용되지 않는다.

판촉비를 부담한 쿠팡의 납품업체 비율을 살펴보면, 2019년 이후 2021년까지 온라인쇼핑몰 전체 비율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나 2022년에는 온라인쇼핑몰 전체에 비해 낮았다. 그러나 2022년의 경우에도 그해 쿠팡의 거래유형 중 91.5%에 해당하는 직매입거래에 한정할 경우 온라인쇼핑몰 전체에 비해 여전히 높은 비율로 납품업체들이 판매촉진비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금액 대비 납품업체 부담 판촉비의 비율을 살펴보면, 쿠팡의 경우 2019년 4.3%로 온라인쇼핑몰 전체에 비해 1.2%p 높게 나타난 이후 최근까지 계속 온라인쇼핑몰 전체에 비해 높게 유지됐다. 쿠팡과 온라인쇼핑몰 전체 비율의 격차를 살펴보면 2021년 최고 2.1%p까지 높아졌다가 가장 최근인 2022년 1.7%p로 다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쿠팡의 비율은 2019년부터 온라인쇼핑몰 전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난 2021년에는 다음 순위 업체인 GS SHOP에 비해 무려 4.1%p 높았고, 2022년에도 다음 순위 업체인 GS SHOP에 비해 3.0%p 높았다.

매년 발간되는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그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의 수익성 지표로 업종별 매출액영업이익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공정위 실태조사의 조사기간인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전 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최고 5.6%에서 최저 4.2%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 중 온라인플랫폼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제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4%에서 최대 7.3%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 중 대기업의 경우 4.7%에서 최대 8.9% 수준으로 나타난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3.8%에서 최대 4.2%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온라인플랫폼에 상품을 납품(유통)할 수 있는 도매‧소매업의 경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3%에서 최대 2.8% 수준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위와 같은 조사결과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개선의견을 제안한다.

쿠팡의 거래유형 중 매년 91%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직매입거래의 경우 매년 10%가 넘는 납품업체가 판매장려금을 부담했고, 최대 43.3%에 이르는 납품업체가 판촉비를 부담했다. 직매입거래의 납품업체들 가운데 판매장려금과 판촉비를 동시에 부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쿠팡의 최대 2.8% 수준의 거래금액 대비 판매장려금 부담 비율과 최대 7.0% 수준의 거래금액 대비 판촉비 부담 비율은 과중하다. 특히 국내 전 산업의 매출액영업이익율이 4~5% 수준이고, 제조업 중소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율이 3.8~4.2%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쿠팡은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 국내 시장에서 성장했다. 배송시스템과 유료멤버쉽, 물류관리 시스템으로 불리는 풀필먼트, 핀테크(쿠팡페이), OTT 서비스 등 차이점을 찾기 쉽지 않다. 이상의 조사내용을 살펴보면, 리나 칸이 그의 2017년 논문에서 지적한 아마존의 문제점이 그대로 한국의 쿠팡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리나 칸의 논문으로 돌아가면, 아마존은 자신과 계약한 납품업자와 노동자에게 비용을 전가해 소비자에 대한 낮은 가격을 유지했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이면에서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받고, 납품업자들은 플랫폼과 불공정거래를 하고, 시민들은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문제의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플랫폼 기업에 환호하면서도, 노동자나 기업가, 시민으로서 그들의 거대한 힘을 규제하고자 한다.

쿠팡은 자사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문구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로켓배송의 편리함을 느끼면서, 쿠팡은 지난해 첫 연간 당기순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그러나 만일 쿠팡이 입법의 불비와 규제 당국의 혼란을 이용하여, 시장의 지위를 남용해 납품업체와 사회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면, 소비자들은 로켓배송이 제공하는 편익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또 다른 얼굴인 노동자, 기업가, 시민의 모습으로 쿠팡과 같은 온라인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를 높이게 될 것이다.

경제활동의 중심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로 이동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플랫폼이 가져온 혁신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온라인플랫폼이 기존 산업이나 다른 사업자들과 갈등을 야기하거나,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는 등 새로운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의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업계 반발과 미국 정부의 통상 마찰 우려, 21대 국회의 임기만료 상황에 맞물려,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 관련 법 처리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입법의 불비 속에서 쿠팡과 같은 온라인플랫폼 업체는 연평균 55.4%의 높은 성장률로 그 경제적 지배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아래 2021년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던 리나 칸을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으나 아직까지 온라인플랫폼 규제 입법에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미 현대사회에서 온라인플랫폼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이야말로 시장에서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사회의 발전과 안정을 위해 온라인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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